여자친구한테 너무 고맙다.
보잘것 없는 부사관게이다
심지어 25살에 임관함하하...ㅍㅌㅊ?
물론 일반 직군은 아니고 특수계열이라 평균나이가 좀 높지만 그래도 내 나이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재입대 아니다 ^^ 집안 사정때문에 군대 미루다 미루다 병무청가서 재신검 받는데 거기서 모병관에게 제의받은거다
여자친구는 대학교 동기다. 4년제 대학교 나름 국립대학교였는데 졸업도 못 했네
여자친구는 졸업하고 그냥 저냥 화장품매장관리매니져로 일했다
다시 만난건 내가 임관하고 나서다 임관하고 나서 선임들이 피부관리 해야하니 화장품좀 사라고해서 가게를 들어갔는데
거짓말처럼 있더라고 ㅋㅋ 그닥 친하지 않은 동기였는데 고향이더라
그 뒤로 그냥 평범하게 자주 마주치고 연락하고 하다가 연애하게 되었지
사실 군대를 미룬건 아버지 없이 어머니만 계시는데 어머니가 큰 병으로 입원하셔서 병원비때문이었다
병원비만 약 2년넘게 벌면서 군대 미루고 미루면서 형 취직되기를 기다렸지
다행히 형이 취직이 되서 좀 안정적인 상황이 되서 내가 군대를 늦은나이에 입대한거지
근데 안타깝게 어머니는 지난 6월에 세상을 떠나셨다
당시 야전훈련이라 망망대해 바다에 떠있던지라 가는님 못 보고 떠나보냈다
사실 어머니랑 안 친한것도 있다 어머니는 "니가 내 병원비를 왜 대?" 하시며서 맨날 욕만 하셨지
어머니가... 흔히 말하는 개독교랄까, 굉장히 신앙심이 깊으신 분이었는데 나는 무교였거든 신앙심도 없고
20살에 대학교 기숙사 들어간 뒤로 집밥먹은게 손가락 안에 꼽는다.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 못보고 죄송한 마음에 염까지 끝낸 관 앞에서 쓰디쓴 마음을 달래는데
참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데 나도 쓰레기 이기적인게
'이렇게 가실꺼면 내가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돈을 벌어 병원비를 냈던가' 생각이 들더라
해외임무를 나가야해서 부대로 복귀하고 2달간 해외파병을 마치고 돌아와 여자친구와 술한잔 하는데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어렵게 말을 하대
"나 사실 너희 엄마 몇 번 찾아갔어"
형한테 한 번 소개한적 있는데 그 때 연락처 주고받고 나 만나러 내려왔을때 둘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들었다고
그렇게 형이랑 함께 어머니 찾아가서 내 여자친구라고 정식으로 인사드렸단다
날 진짜 죽어라 싫어하던 어머니셨는데
근데 어머니가 여자친구보더니 너무 반가워하셨대
손잡고 반갑다고 두 손으로 꼭 잡으면서 반갑다고 그러면서 우셨대
자기가 나한테 해준거 없고 고생만 시키는데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 있어서 너무 고맙다고
내가 가면 아무것도 안 물어보더니 여자친구한테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디 아프지는 않는지
대학교생활은 어떻게 지냈는지, 따로 만나는 친구들은 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셨다고
서울까지 버스로 4시간인데 여자친구는 한 달에 2번 그렇게 어머니를 찾아가서 말동무하고 나랑 찍은사진 보여드리고 그랬대
어머니 가신 그 주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갔을때는 어머니가 이런 말 하셨대
평생 두 아들 키우면서 신앙심이 내 희망이고 등대였는데 생각하니 아들한테 그런 존재가 못 되었다고
이제 본인은 가니까 내가 힘들때 기댈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달라고
가진 재산없어서 결혼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면 서로 흔적을 남기는데 좋은 것만 남겨달라고
여자친구가 그 이야기들으면서 왜 유언처럼 말씀하시냐니 웃으시면서 꿈에서 옛날 사시던 집을 보았다고
이야기듣고 눈물 보이기 싫어서 어금니 빠득빠득 깨물면서 참았는데 여자친구가 등 툭툭 치면서
"야 뭔 쎈척이냐 울어 좀 울어야 안아주지"
오늘 어머니 생신이시라서 생각났다
근무준비해야지 아오 눈따숩다
어머니 돌아가시기전에 어느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지? 그래서 돌아가셔도 크게 슬플건 없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