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들아 나 결혼한다~~
예전에 글 썼는데 일게이들이 많이 응원해줘서 예의상 찾아왔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친구인 여자랑 사겼었는데
나는 여전히 총각이었고, 여친은 결혼했는데 사별하고 그 때 6살이던 애가 지금은 초등학교 들어감.
어릴적에는 그저 성격 털털하고 날씬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술 마시면서 얘기 많이 했었지...
난 군대를 의경으로 나왔는데 여친이 자기 남친 사귀는 거 상관없이 위문 편지도 많이 써주고 그랬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서 나는 유학 갔다오고 여친은 결혼했었어.
그사이에는 직접 만나는 일은 없었고, SNS로 연락만 했음(전화번호 있으면 연동되잖냐)
그러던 어느날인데 사별을 했더라고... 이쯤되면 성고게이들 나 기억하려나...
그리고 얘는 고졸인데 나름 대기업 사원이었어. 이직해서 돈 좀 더 주고 여유있는 직장 얻었는데
그게 우리 회사 근처였다.
나도 나이가 있다보니 후배 직원들이랑 커피 마시러 갔다가 얘를 딱! 본 거야 커피숍에서ㅋㅋㅋ
둘이서 나이 지긋이 먹은 것도 잊고 '야, 너 여기서 뭐해?' 이러고 막 서로 웃고 그랬어. 동성 친구까진 아니고 거의 격의 없는 사이로ㅎ
내가 후배 직원들 사이에서 똥폼 좀 잡는 편인데 나이 먹고 결혼도 안 한 새끼가 좀 암울해 보일 거 아니냐
걔들이 술 마시면서 나한테 그러더라고. 이런 면이 있으신지 몰랐다고. 장난 좀 치겠다고 농담으로 하더라.
이후에 밥 한번 먹자고 하고 헤어졌는데 영 연락을 안 하게 되더라. 예전에는 SNS 댓글도 달았는데 오히려 가까운 거리로 이직한 애한테
내가 연락을 안 하게됨. 그러다가 그냥 마음먹고 전화해서 한번 보자고 했다. 그게 거의 10년만의 전화통화였어.
원래 내 동성친구들이랑 걔 동성친구들이랑 어울리다가 알게된 사이였었거든ㅋ
그렇게 만나서 밥 사먹는데 서로 밥값내겠다고 싸우고ㅋㅋ
나한테 작업친 거 절대 아니었다. 진짜 예전에 술 마시다가 내가 막 웃겨가지고 걔가 나한테 입에 있던 거 뿜고
내가 뭐하냐고 막 갈구니까 참다 못해서 나랑 장난으로 티격태격했었거든. 그 때처럼 진짜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면서 자주 만나게 되고, 술도 마시고...
그러다가 내가 감정이 생겼는데 걔도 나한테 이미 감정이 생겼더라구.
내가 총각이고 자기는 사별해서 차마 나한테 말을 못 했던 거 같았다.
나는 십몇 년이 흐르는 사이에 배도 나오고 머리숱도 많이 빠져서 예전에는 머리에 젤바르고 왁스바르고 다녔는데
그것도 못하고 옷도 펑퍼짐하게 입고, 머리도 내리고 다녔는데 나한테 예전이랑 별로 안 변했다고 하는 여친 말이 좋았고,
내 눈에는 여전히 예전처럼 날씬하고 목소리나 성격도 거의 같은 여친이었기에 나의 20대를 찾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둘이서 그러다가 너희들 좋아하는 ㅅㅅ도 하러 모텔도 가고, 서로 옷 벗은 거 보고 낄낄거리고...
나 배 나온 거 이미 알고 있었다고 킥킥대는데 나도 너 생각보다 가슴 안 크다고 놀리고 진짜 그렇게 놀았다.
물론 ㅅㅅ할 때만큼은 진지했다 자식들아
내가 성고게에 글 올린 건 여기까지였어... 결혼은 안 하고 그저 연애 감정으로 오래 만나는 걸로 결정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정말로 우연히 여친의 딸도 만나게 되고, 내가 워낙 찌질하긴 한데 웃기는 성격이다 보니
딸래미도 나 좋아하면서 따르게 되고, 알고 보니까 또 딸래미가 우리 사촌누나 조카랑 같은 학교더라구.
서로 티격태격하는 게 예전 나랑 여친 모습 같아서 보기 좋았다.
여친이 내가 예전처럼 머리 기른 게 좋다고 하니까 머리도 길게 길러주고, 치마는 좀 길게 입으라니까
다리도 길고 예쁜 애가 무릎 아래로 치마 입는 모습 보면서 나도 점점 더 여친이 좋아진 거 같다.
물론 나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 운동해서 뱃살 좀 빼라고 해서 열심히 러닝도 했는데 씨발 잘 안 빠지더라.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기로 했다. 근데 그 이후에 좀 살 빠져서 진짜 광란의 ㅍㅍㅅㅅ도 했지.
너희들 생각엔 어떨지 모르겠는데 결혼이란 게 결국 이런 거 같다.
우정이란 게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게 아닐까?
몇 달 전쯤에 여친없는 사이에 내가 딸래미한테 아저씨랑 엄마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거 알지? 라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딸래미가 엄마한테 잘해주고 자기한테도 잘해주라고 하더라. 그때 깨달았어. 결혼하는데 전혀 문제 없다는 걸.
그래서 프로포즈할 때 그랬다. 난 물론 널 더 사랑하지만 딸래미도 내 딸처럼 생각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할 거라고
그게 내 평생 목표라고 했다. 여친 감동의 눈물 흘리다가 막 나 때리고 감동시켰다고ㅋ 그렇게 결혼하게 됐다.
그냥 내 생각이긴 한데 난 이미 딸래미가 내 딸처럼 느껴진다. 내 조카 뒷담화깔 때 그런 기분 들었다.
아... 딸이 아빠한테 연애상담을 하게 되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라는 생각.
그만큼 사랑스럽고, 딸래미도 날 엄마의 친구나 아저씨보다는 조금 더 많이 가깝게 느끼는 거 같다.
결혼시기를 놓쳐서 난 그냥 혼자 살 생각이었다.
어릴적부터 독하게 돈 모아서 집도 샀고, 저금액도 꽤 있었어.
떡집 다니는 건 안 좋아해서 1년에 두어번씩 해외 놀러가는 게 취미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비록 1년 내내 해외엔 못 나가지만 이 상황이 끝나면 여친과 딸에게 내가 해외에 놀러다니면서 느꼈던
그런 감흥이나 지식 같은 걸 전해줄 생각에 많이 설레인다.
여친도 꽤 열심히 살았고, 낭비벽도 없어서 저금은 꽤 해놨더라. 내가 딸 등록금 책임져줄테니까
앞으로 우리가 또 아이 낳으면 네가 보내라고 했다.
일게이들아, 근데 꼭 마음에 맞는 상대를 만나길 바란다. 난 어디까지나 그런 이유에서 결혼하는 거 같다.
그리고 코로나 개꿀이라서 늦장가에 재혼녀 결혼인 거 별로 주목 안 받게 되서 좋다.
주절주절 어그로를 너무 끌었네. 행복해라!!!
좋네. 화이팅이다 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