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추억 (스압)
https://www.youtube.com/watch?v=CQv2j3THp48&list=RD18BPBwVhwUnr0
브금 틀고 봐라방금 옛날에 듣던 엠피쓰리 구석에 쳐박혀있던거 찾았는데
충전해서 들어보니 고딩때 듣던 피아노연주곡, 기타연주곡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눈물 좀 흘리고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썰을 푼다.
나는 20살 아다 좆백수고 고딩때는 나름 귀염상+시크이미지로 평타는 기본으로 먹고들어갔다.
지금은 역변진행중이지만..하지만...그런 외모와는 달리 성욕이 너무...정말...없었다..
고딩시절, 지금은 알바왕이 돼있는 삐딱선 친구놈들과 어울리다보니 친구들의 섻스 무용담을 밥먹듯 들었으나,
나는 섻썰을 듣고 꼴리기보다는 괜한 호기심만 생겼던 것 같다.여튼 생각나서 한번 썰 풀어본다.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게 알 수 없는 기분이다.
-1-
고1때였다. 나는 중딩 졸업시즌에 서울 끝에서 끝으로 이사를 가게 됐고,
고등학교에 친구 한명 없이 올라가게 되었다.
지네들은 거의 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같은 학교에서 올라왔으니 끼리끼리 놀았지만,
나는 집안이 가난해 고1 초반 한달동안은 핸드폰이란것도 없어서 하릴없이 그냥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있다가 국어시간이자 담임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는데, 교탁 앞자리에 양 주먹을 쥐고 턱을 괴며 미소짓던 애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을 마주치고 황급히 눈을 뗐는데, 히히히~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는 내 자리로 얼른 가서 앉았다.
안 그래도 친구가 없는데 담임 할배가 첫 날부터 자리를 맘대로 앉게 해서 난 맨 뒷자리에 혼자 앉았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도 혼자 퍼서 내 자리에서 최대한 빨리 퍼먹었다. 빨리 먹고 혼자서 야구나 하려고. (교실배식이었다)
고개 쳐 숙이고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누가 앉더라. 교탁 앞의 걔였다.
난 놀라서 눈을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내리고 밥을 쳐먹기 시작했다.
"야." 라고 처음 걔가 불렀을 땐 못들은 척 하고 밥만 쳐 먹었다.
"야 배충희." (내 이름은 배충희라고 하겠다) 라고 했을 때서야 돌아봤는데,
앞머리 있는 긴머리에. 쌍꺼풀 없이 둥근 눈이 예뻤던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예뻐서 당황했던 것 같다.
(친구에게 부탁해 받은 졸업사진을 보니 그냥 평타취다. 사진이 못 나온거라고 믿겠다)
여튼 긴장해서 웃지도 않으면서 얘기를 해 나갔다.
중학교때 야구부였다가 공부로 돌린 썰부터 이사 오게 된 썰 등.
하지만 걔는 시종일관 보조개를 보이며 말을 했다.
그리고 평타집안에 미술을 좋아한다고 했다.(쌍꺼풀 없는 심은경을 닮은 것 같다)
-2-
아버지가 성가대에서 베이스를 맡고 계셨고 음역대 자체도 낮으셔서 나 또한 음역대가 존나 낮았다.
(지금도 이적의 다행이다가 원키로 마지노선이다.)
음악시간에 가창시험이 있었는데 시험곡은 자유곡이었다.
허세에 찌들어있던 나는 브라이언 맥나잇의 Back at one, One last cry 둘 중 하나를 불렀던 것 같다.
목소리가 낮아 피치를 조정했지만 내 목소리는 여학우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음악실에서 교실로 가는데 여학우들의 칭찬이 계속되었다.
나는 또 허세끼가 발동해서 썩소를 날려줬고, 그때부터 시크한 이미지로 굳어진 걸로 기억한다.
그 때부터 친한척하는 애들도 많아졌고 외톨이를 벗어나게 되었다.
여튼 멍청한 두뇌로 허세와 시크를 구분도 못하던 여자년들은 나를 빨기 시작했다.
주지훈을 닮았다느니 귀엽다느니 비율이 좋다느니 노래에 콩깎지가 씌여서는 못하는 말이 없었는데
한 년이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다.이년이랑 사귄다는게 소문나자마자 걔도 곧바로 남친을 사귀더라. 걔가 고백해서.
이년이랑 데이트코스가
등굣길 아이스크림 - 하굣길 아이스크림 - 노래방 - 밥 - 카페일주일동안의 데일리 루틴이었다.
물론 모든 비용은 나더러 내랬다.
헌금 삥땅친걸로 어떻게든 때우려 했으나 역부족이어서 7일? 8일?만에 냅다 그냥 차버렸다.
그 다음날 걔도 깨졌다더라. 걔가 차서.
-3-
1학년 수련회, 가평의 어느 시설 좋은 수련원으로 수련회를 갔고,
집에서 싸갔다가 안 먹은 삼각김밥을 하루 후에 먹어서 문제가 됐는지,
둘째날 일정을 점심 이후로 통째로 날려버렸다.
남자 숙소에서 잠도 안오고 그냥 빤쓰만 입은 채로 누워있는데 갑자기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라.
남자인줄 알고,
"아 씨발 존나아프다."
라고 엎드린 채로 말했더니,
대답은 변성기가 지난 자딩 고지의 목에서는 날 수 없는 하이톤이 나더라.
"좀 괜찮아?"
나는 존나 놀라서 옆에 있던 반팔 티로 내 몸을 가리고
"야이 씨발 누가 맘대로 들어오래!"
라고 욕을 내뱉고 말았다.
몇 초 정적이 흐르고 문은 천천히 닫혔다.
존나 놀라서 옷을 그대로 든 채로 그대로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문이 살짝 열리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먹어."
이러고 문이 닫히더라.
뭔가 보니 문 앞 신발장 위에 따뜻한 꿀차도 아니고 허브차도 아닌 뭔 차 한 컵이 있었다.
여튼 먹고서 미안해서 여자애들 방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니 아무도 없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뒤돌아보니까 걔가 서있었다. 화장실가서 울고 세수했는지 코가 빨갰다.
나는 걔를 보자마자 "야..미안.." 이라고 했고 걔는 눈도 안 마주치고 대답 없이 그냥 방으로 들어갔다.
난 그걸 병신같이 지켜만 봤고 병신같이 방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난 병신같이 잠들었다.
-4-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깨니 저녁 시간이어서 저녁밥을 먹으러 갔다.
(배가 금방 괜찮아진걸로 봐서 식중독은 아니고 그냥 체한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는데, 짐 검사때 이쑤시개갑 속에 숨겨서 꼬불쳤던 핸드폰이 울렸다.
걔였다. 난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내 폰에는 자동녹음기능이 있어서 옛날 녹음파일들을 백업해 아직도 가지고 있다. 들으면서 그대로 받아적는다.)
나 "여보세요"
걔 "너 내가 싫냐"
나 "뭔소리야"
걔 "그냥 싫냐고"
나 "아니라고"
걔 "그럼 됐어"
나 "어 아까 미안"
걔 "괜찮아. (3초 후) 니 아직도 아파?"
나 "안아프다"
걔 "다행이다 쉬어"
나 "어"
끊고 돌아서는데 건너건너편 베란다에서 걔가 들어가는게 보였다.
-5-
난 중2때부터 공부를 시작하여 당연히 공부를 못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담배도 피우고 같이 허세를 부리며 음악인을 꿈꿨다.
어머니가 주신 교회 헌금을 삥땅쳐 모아 친구에게서 좋은 통기타를 아주 싸게 샀고,
부모님께는 다른 집에서 버리는걸 주워왔다며 뻥을 쳤다.
난 하루에 기타를 2~3시간씩 연습했고, 보컬실력도 교회에서 찬양팀으로 날로 늘어갔다.
음역대는 병신이지만.
여튼 발군의 기타 실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수련회의 백미인 장기자랑에 반 대표로 나가게 됐고,
이적의 다행이다에 기타 인트로를 더하여 감미롭게 불렀다.
마지막 소절이 끝나고 환호가 이어지는데 발 아래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배충희 멋지다!!"
걔가 맨 앞자리에서 웃으면서 환호해주고 있었다.
잘 웃지 않던 나도 미안한 마음이 겻들여져 웃음을 걔한테 보이고 말았다.
-6-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던 나는 교통비를 아끼고자 도보 30분 거리를 매일 걸어다녔다.
2학년때도 같은 반이 됐고, 걔가 이사를 갔다면서 나랑 하교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걔는 30분 거리를 같이 걸으면서 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고,
자신이 교통비를 내준다고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매일 30분, 운이 좋으면 등교시간까지 한시간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얘기를 했다.
집안 얘기, 미래의 꿈 얘기, 결혼 계획 등 진솔한 얘기 뿐만 아니라,
연애, 컴플렉스, 뒷담화 등 개인적인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난건 무더위가 시작되던 여름방학식 날이었다.
우리 집으로 걸어가는동안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면 더 빠른데,
아파트 단지 공원 안에 덩굴식물터널이라고 해야하나? 그 길이 예뻐서 약간 돌아서 항상 그 길로 다니곤 했다.
고2가 되어서는 강제야자로 인해 항상 밤 늦게 하교했는데, 불빛이 참 아름다웠다.
http://cfile213.uf.daum.net/image/1534FC4D4FD99FF70C1F3F
이거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밤이 되면 불이 켜져서 노무노무 아름답다.
가끔 친구 만나러 가보면 예쁘다.여튼 걔와의 하교 중 대화 소재가 떨어져 침묵만을 지킨 채 그 길을 걷는데,
그 날이 걔 생일이었다.
나는 보빨이란게 뭔지도 모르고 초식남이라고 불리울 때라 뭘 줄지 몰라서 그 날 매점에서 과자 하나 사줬었는데,
침묵을 깨고 걔가 입을 열었다.
걔 "야 선물주라"
나 "줬잖아 과자"
걔 "과자가지고 되냐"
나 "나 딴애들 생일 안챙겨. 너만 챙겨준거야"
나는 생일때 걔한테 크로스가방을 받았지만,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과자를 사준거였다. 병신새끼
걔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나 "뭔데"
걔 "눈감아봐"
난 이 때 드라마에서나 보던 키스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술에 괜히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포근함이 느껴졌다.
약간 통통한 몸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포근했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물컹한 것이 닿으니 뜨거운 기운이 얼굴까지 확 올라왔다.
더운 날씨였기에 얇은 옷은 감촉을 더욱 많이 느끼게 해줬었다.
백허그를 당한 상태에서 당황해서 눈 뜨는 것도 잊어버렸었다.
걔 "우리 사귀자"
걔가 너무나도 날 꽉 안고 있었기에 등을 타고 목소리의 떨림이 다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연애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나는 헤어질 생각을 먼저 하고 있었고,
그 생각은 헤어지게 되면 하나뿐인 여자인 친구를 잃는다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결국 나는 식상한 거절멘트지만 내 진심이었던
"친구로 오래가자"
라는 말을 해버렸고,
"아..어"
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둘이 아무 말도 없이 아파트단지를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 걔 집쪽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평소같았으면 버스가 와도 같이 걸어갔을텐데 걔는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순간에 말 끝마다 "미안" 을 붙였던 것 같다.
독서실에서 방학같지도 않은 여름방학을 지내고, 개학날 한달만에 학교를 찾았다.
방학동안 걔한테는 연락이 없었다.걔한테 먼저 가서 인사를 했지만 돌아오는건 손인사 뿐이었다.
애들이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더라.
소심했던 나는 그 날 머릿속이 복잡해져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늦게 일어나 버스를 타고도 지각을 했었다.
내 생활기록부의 질병 지각 1일이 바로 그 날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친구들이랑도 말도 잘 안하고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그 버릇은 아직까지도 고치지 못했다.
-7-
어영부영 2학년을 마치고 대망의 고3이 되었지만, 전세에서 월세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집을 옮기게 되었다.
당연히 학교도 3학년 1학기를 시작하자마자 옮기게 되었다.
친구들한테도 말할까 말까 하다가 전학 하루 전에야 말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들이랑 다 떨어져서 각 반마다 찾아다니면서 얘기했는데
남자새끼들이 질질 짜는데 나도 눈물이 많이 나오더라.
타지에서 와서 적응도 힘들텐데 친하게 지내준 친구들이라 고마워서.
쉬는시간에 걔네 반에서 눈치를 보면서 친구들한테 얘기하는데 그걸 들었는지,
화장실 갈 때 몰래 훔쳐봤는데 엎드려서 다음 자습시간까지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이미 걔가 들었다고 생각해서 따로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전학을 갔고, 걔의 소식은 이젠 들을 수 없었다.
그날 밤 나한테 걸려온 '발신번호 표시제한' 부재중 전화가 걔였다고 난 확신한다.
충희야 일베하니?